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한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연구에서의 윤리적 측면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논란이 점점 증폭되어 연구상의 줄기세포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번져나갔다. 지금은 연구를 담당했던 당사자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진실 공방'을 두고, 국민들은 황 교수를 지지하는 세력과 MBC 보도 내용을 지지하는 세력으로도 양분되어 있는 상태이다.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양편을 응원하는 관중을 보는 상태라고 해야 할까.

이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다. 연구에 대한 진실논란에서 좀 더 벗어나 이러한 현상이 가진 이면을 좀더 관심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점에서 몇 가지를 주목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먼저 주목해 볼 것은 '애국주의적 반응'이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서 여성의 난자로 인한 논란이 발생하자, 대다수 국민들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였으며, '아이러브 황우석' 카페 회원들의 난자 기증 신청이 줄을 이었다. 한편으로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무자비한 욕설이 인터넷 게시판에 난무하였다.
이러한 '열광적'인 반응의 기저에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로 신경질환 등 난치병을 획기적으로 고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이후 가져올 대한민국의 경제적 이익, 즉 '국익'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것일까.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과연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일까. 황 교수의 연구는 33조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확실히 담보된 것일까.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이른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황 교수의 연구 업적 중 이러한 점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의 성과가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장애물 중 하나는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어느 방향으로 분화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줄기세포는 뼈세포, 신경세포 등으로 분화되기 때문에 줄기세포의 분화과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는 방법이 연구의 관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아직 그 정도의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연구상의 장애는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와 함께 균형 있게 주목받아야 한다. 연구의 성과주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대다수 언론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부각시키기에 바빴다. 정부는 황 교수의 연구에 몇 백억의 예산을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쏟아 부었으며 정치인급 의전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 이면의 장애물과 비윤리적 측면 등은 묻혀버렸고, 연구 성과에 정치색이 짙게 배어들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황 교수의 연구가 33조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 즉 '국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또한 연구 성과 및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이 추상적인 '국익론'에 묻혀버린게 아닌가 싶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 '국익'을 위시한 애국주의가 가진 이데올로그의 위험성을 지적할 수 있다.
애국주의는 국가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가치관이다. 하지만 자칫 이는 국수주의적이고 편협한 가치관으로 흐르기 쉬우며, 때로는 폭력적인 방향으로 분출되기도 한다. 편협한 애국주의적 반응은 현실로 나타났으니, 황 교수 연구의 문제점을 보도한제작진의 가족은 살해의 공포에 떨어야 했으며, 인터넷 게시판은 황 교수 지지자들의 욕설 섞인 글로 도배되다시피 한 것이다.

순수해야 할 과학연구에 이데올로그가 개입되면, 연구는 사회적 상황에 휘둘리게 되거나 사회를 휘둘리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문제점을 도출케 된다. 연구 성과에 정치색이 배어들고, 황 교수가 과학계의 권력 그 자체가 되었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2. 그 다음 주목해 볼 것은 연구의 비윤리성에 대한 측면이다.

과학 연구에 있어서의 윤리성이 중시되게 된 계기는 2차 세계대전의 '생체실험'에 대한 반성에서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이러한 반성은 64년 '헬싱키 선언'으로 구체화되었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여성의 몸을 이용대상으로 만든다는 점, 인간의 배아를 가지고 실험한다는 점에서 비윤리성을 근본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러한 연구에서는 다른 어떤 실험보다도 더욱 엄정한 실험 윤리의 정립이 요구된다.

연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성의 몸에 약물을 주입하여 난소를 과배란시켜 수십 개의 난자를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불임이 되는 등 큰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실험과정에서 여성이 자신의 몸이 실험대상이 되는 데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거나, (여성)연구원이 상하관계에 의하여 강압적으로 실험대상화 한 경우, 또는 어떠한 대가를 보장받고 이루어지는 실험이라면 윤리적으로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황 교수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윤리적인 문제점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난자 제공과정에서 과배란에 의한 위험성이 충분히 인지되지 못한 점이 드러났으며, 여성연구원이 상하관계에 의하여 난자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도 포착되었다(황 교수의 해명 기자회견에서는 난자의 자발적 기증이라는 말을 했지만). 또한 난자 제공의 대가로 교수직등이 오갔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난자 매매한 당사자는 자신의 난자가 황 교수의 연구에 쓰이는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는 언급을 하였다. 이는 실험이 여성의 신체에 대한 '인권'을 침해하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비윤리성과 더불어 큰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연구가 진척되어 오면서 이러한 측면에 대한 충분한 문제제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제기를 해야 할 종교계, 여성계, 인권단체, 생명운동단체는 침묵하거나 작은 목소리만을 내는데 그쳤다. 워낙 황 교수 지지의 목소리가 높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아쉬운 점이다.


3. 하지만...

BRIC(생물학 정보센터)에서 소장 과학자들은 의견을 게재하고 황 교수 논문에서의 줄기세포 사진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는 엄정하게 이뤄지지 못한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한 서울대 자체의 검증을 이끌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의 문제제기와 더불어 국내에서연구에 대한 문제제기 및 비판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연구에 자체적인 자정능력을 잘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긍정성을 가지고 있다.


4. 에필로그

이번 논란은 현 사회가 아직은 성과주의, 편협한 애국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권'의 가치, '생명'의 가치가 우리에게 더욱 인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숙제를 안겨주었다.
한편 이러한 논란 속에서 우리 스스로는 자정능력을 지니고 있음 또한 보여주었다.

황우석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뒤늦게야 헬싱키 협정이 있음을 알았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그간의 황 교수의 연구가 생명윤리를 지키지 않고 이루어졌음을 시인하는 말이 아닐까.

과학적 연구는 과학적 연구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적인 충분한 성찰이 뒷받침 되어야만 인류의 발전을 추동하는 진정한 '과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에도 기사로 올렸습니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no=264923&rel_no=1

 

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