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디오스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10.18 즐거운 영화 '라디오 스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말, 영화 '라디오 스타'를 보았다.
언젠가 기사로 영화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보려고 잔뜩 벼르고 있던 중이었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풀어내는 또다른 영화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투캅스 1,2'에 이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보았던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이
또다시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었다.
이러한 궁금증에 영화는 나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고...

'첫째', 메이저만이 최고인 듯 조명받는 이 세상에서
영화는 '마이너'가 되고만 스타와 주위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 때 별이 되었던 가수 최곤(박중훈)이 나락으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라디오 진행을 하게 되는 강원도 영월은 '외지'에 속하는 곳이다
낡아 이젠 먼지만 수북한 방송 장비와, 최곤이 한 때 찾았던 이제는 낡아버린 식당집.
원주에서 좌천되어 내려온 PD 강석영(최정윤),
역 앞 청록다방에서 다방 레지 일을 하는 김양(한여운),
최곤으로부터 싸인을 받아 좋아라 하며, 김양을 사모하는 중국집 배달부 청년은
중심에서 빗겨나 있는 우리 곁의 일상 모습이다.
남사당패의 삶에 눈길을 주었던 이준익 감독의 전작 '왕의 남자'처럼..

영화에서는 이러한 말을 한다.
'스타'는 자신이 빛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비추어짐으로 인해서 빛나는 것이라고...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란 이게 아닌가 싶다. 메이저를 지향하는 이 사회에
평범한 우리들이 있기에 당신들도 있는 게야... 하는.
메이저를 벗어나 마이너를 지향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 평범한 메시지가
많은 이들을 공감시키는 원동력이 아닐까.

중간 중간 영화는 웃음을 선사해준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즐거움..
비닐 하우스에서 락을 하며 최곤을 흠모하여 졸졸 따라다니는 영월 유일의 롹 밴드
'이스트리버'는 우리말로 '동강', 영월을 상징한다. 이스트리버 역으로 나왔던 밴드
'노브레인'은 '넌 내게 반했어'로 유명한 인디밴드인데.
영화 속에서 노브레인의 노래를 접하니 얼마나 반갑던지-
이준익 감독도 영화 속에서 중국집 아저씨로 깜짝 출연을 하며
라디오를 진행자로 나오는 임백천과 가수 김장훈은 영화속에서 얄미운 악역으로 나온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방 레지인 김양이 라디오를 통해 막 살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엄마를 보고 싶다며 훌쩍이던 장면과 (솔직히 김양역의 한여운에 홀딱 반해버렸다)
꽃집 아저씨의 은행아가씨에 대한 '순정'이 인상적이었다.
라디오 방송에 소개된 꽃집 아저씨의 마음이, 여러사람의 도움으로 꽃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은 미소를 짓게 한다.

문득, 라디오 방송에 보낸 사연이 소개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작년 초,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 머물러 있던 때
퇴근 시간에 마주쳤던 아이들의 지친 표정이 안쓰러워
'최강희의 볼륨을 높여요'에 사연을 올렸었더랬다.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려고..
사연이 소개되니 얼마나 기쁘던지...
다음 날 수업 시간에 '들었니? 들었어?'라고 물어보니 다들 멀뚱한 표정이었다
알고보니 수원 일부 지역이 89.1 난청지역이었던 거다 ㅜ,ㅠ

메이저 아닌 마이너를 지향하는 영화,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영화,
그래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영화,
안성기와 박중훈의 호흡을 반가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영화 '라디오 스타'
편안하게 보고 오기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

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