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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1 드라마 '주몽'을 보고 잠깐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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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몽'


가끔씩 드라마 '주몽'을 보곤 한다.
연개소문이니, 대조영이니 해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일반인의 반감을 타고
고구려를 조명한 드라마가 여럿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또 그만큼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고.
일반인의 관심이야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자칫 드라마가 과도한 국가주의를 몰고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대조영이나 연개소문을 다룬 드라마는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주몽을 보고 느낀 건, '사극'의 외피를 입고 보여지는 '현대극' 같다는 점이다.
소재나 등장인물은 고대의 사건과 인물들을 차용했지만 그밖에는 '현재적 관점'이 많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다.

매회 보아온 건 아니기에, 보고나서 잠깐 든 생각만을 추려보고자 한다.
해모수가 금와왕과 유화부인을 두고 삼각관계였던 것처럼 나온 것 같은데,
고구려 건국신화에는 백두산 산신 화백의 딸인 유화부인이 하늘의 아들인 해모수와 통정한 이후
아버지로부터 쫓겨나 금와왕의 눈에 띄어 부여에 살면서 몸을 풀어 주몽을 낳았다고 되어있다.

한편 금와왕은 어느 날 꿈에 영토를 옮기라는 메시지를 받고 옮겨갔다고 한다.
그 땅을 하늘의 아들인 해모수가 차지한 게 북부여요, 옮겨간 땅이 동부여라고 전해진다.
그렇게 보면 해모수와 금와왕의 연관성은 없는 셈이다. 또한 유화부인이
유화부인이 금와왕의 둘째부인인 것과 주몽이 부여의 왕자라는 것도 과도한 설정인 셈이고.

사료에는 금와왕의 아들이 대소를 포함하여 6형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드라마에는 3형제로 나온 것을 보면, 스토리상 필요가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인물이 많아짐으로 인한 과도한 예산 소모를 우려해봤음직도..

신녀의 존재는 미스테리하다. 어느정도의 픽션이 가미된 것인 듯 한데.
이전의 국가인 고조선 '단군왕검'이 제정일치적 성격을 가진 지배자를 의미하였다.
이후에 제정분리가 이루어져 가면서 정치적 지배자의 성격이 강해짐을 생각한다면
드라마 상 종교적 성격의 '신녀'의 존재는 있을 법하다란 생각이 든다.

한편, 부여의 국가로서의 모습은 지나치게 (왕권이 강한) 전제적인 모습으로 설정되어 있다.
드라마 '주몽'에선, 왕과 거의 대등하다고 할 수 있는 대가(大加)세력인 사출도는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왕인 금와왕의 리더쉽만이 크게 부각되어 보인다.
고대시기의 국가는 군장국가→연맹국가→고대국가의 순으로 변화되어 갔는데, 당시 부여는
연맹국가의 단계를 걷고 있던 시기였다.
연맹국가는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부족간 이합집산에 의해, 과거의 군장(부족장)들이 연맹을
이루어 간 형태이다. 왕이 존재했으나 대군장인 대가(大加) 중 대표에 불과했고,
대가인 사출도가 다스리던 지역에 왕의 직접적인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였다. 심지어
오곡(五穀)이 잘 익지 않으면 왕을 처형할 정도로 부여 왕의 권력은 그리 강한 게 아니었다.
또한 왕위 계승을 두고 대소와 주몽간의 알력이 도드라지게 보이는데,
부자상속에 의한 왕위계승은 고구려 건국이후에도 한참 후인 2세기 말에야 이뤄지는 것을 보면
이 시기에 부여에서 부자의 왕위상속이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외교적으로 부여와 한나라는 적대할만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본다.
중국 사서에 따르면, 부여인이 성격은 근후(후덕)하고 기골이 장대하다고 씌여있는데 반해
고구려는 성격이 사납다고 적혀있다. 이는 당시 중국인의 입장에서 부여 및 고구려의 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드라마 '주몽'은 현재의 동북공정 논란을 의식한
'현재적'이고 '정치적'인 일면을 보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 속의 부여는 '북한', 한나라는 '미국'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나라의 부여에 대한 '소금' 통제는 지금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제재 및 금융 봉쇄를
생각하게 하고 부여가 한나라의 눈을 피해 '야철소'를 운영하는 것은, 북한이 미국의 눈을 피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으로, 한나라에 대한 대응을 사이에 둔
강온대립은 북핵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남한 내에서의 대립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드라마의 작가는 부여, 고구려라는 소재에 현재적 색깔을 덧입히려고 하는 것 같다.

아직은 극 전개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고구려 건국신화에 따르면
주몽은 대소를 비롯한 왕자들의 극심한 '왕따'에 시달리던 중,
마굿간 일을 하며 잘 보아두던 뛰어난 말을 타고 오이,마리,협부와 함께 도망쳐
정착한 곳이 압록강 중류인 '졸본'지역이라고 전해진다.

드라마를 나름대로 바라보고 긁적거려보았다.
이왕이면 좀더 '사실성'을 가지고 그 시대를 조명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지만,
역사적 사료라는 것도 작자의 주관성이 개입되는 한계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당시 사료가 빈약함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드라마는 역사 교양물이 아닌 '픽션'이 가미된 '창조물'이니까...

못다한 얘기 및 그 이후의 얘기는 나중에 긁적거려 보아야겠다.
왜냐- 미리 알게 되면 재미없으니까.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이왕이면 오래 방영해서 나도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