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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이 최단시간인 3주만에 천만 관객을 넘어섰고, 올 초에 개봉했던 '왕의 남자' 관객 수도 넘어설 기세라고 한다. 이런 기세라면 아마 역대 한국영화 중 최단 기간에 최다 관객을 보유한 영화가 되리라는 건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일 것이다. 내용이 탄탄한 데다가, 영화가 사회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많은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영화를 둘러싼 영화 밖 현실을 생각한다면 꼭 영화 '괴물'의 흥행을 그리 기쁘게만 볼 수는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는 현실화되었다. 영화 '괴물'의 흥행으로 스크린쿼터 폐지론자는 이렇게 말한다. '봐라, 스크린쿼터가 축소,폐지되더라도 우리 영화의 자생력은 이렇게 크지 않은가'라고. 하지만 이는 의무적으로 상영하는 한국영화 수가 적어지는 만큼 이른바 '흥행이 될만한 영화'만이 선택되어 집중된다는 것에는 무감한 게 아닐까. 영화 '시간'의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이러한 점에서 (뒤에 사과를 했지만) 적절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 발언의 화살은 영화 '괴물'이 아닌, 영화계 자체에 향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엔 김기덕 감독 또한 자신이 영화에 몸 담고 있다는 '현실'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것인지.)

한 영화가 대다수 극장의 스크린을 휩쓰는 행태에서 보이듯, 이른바 '될만한' 영화에 대한 자본의 '선택'과 '집중'은 영화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심화시키고 독과점에 의한 시장원리에 영화또한 휩쓸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본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울기'적 성향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러한 양상을 촉진시키고 있다.

영화를 둘러싼 이러한 문제는, 현 노동계의 이중구조를 떠오르게 한다. 노동계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에는 자본, 그리고 자본과 결탁한 국가의 압박이 작용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괴리도 적잖은 이유가 된다고 본다. IMF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함께 증가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대노총은 흡수하고 보듬지 못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확립된 '대기업', '남성'노동자 중심의 구조를 유지한 결과, 노동자 계급의 이중구조는 자본의 '귀족노조'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더욱 심화되어 갔던게 아닐까

현재의 상황이 계속되어 간다면, 노동자의 '이중구조'만큼이나 영화의 '이중구조'가 심화되어 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스크린쿼터 폐지',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자본과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영화인들과 노동자가 적절히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 필진 기사로 올렸습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153757.html


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