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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입니다. 감기조심하세요- (출처 : 네이버)


감기 공습 경보, 웽웽~!
연말과 새해 초에 걸쳐 시작된 감기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더니
목감기로, 이제는 코감기로.. 몸살과 기침감기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해 첫 주 주말.
다시 시작되는 일상에, 지난 연말의 분위기는 빠르게 지워져 가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머물러 있었던 수원의 한 학교에서 방학 중 보충수업을 해달라고 해서 지난 수요일부터 아이들과 역사수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이쁜 모습으로 헤어졌던 아이들이라 그리움도 컸었는데, 다시 보게 되니 반갑더군요

하지만 벅찬 일상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학기중과 똑같은 시간에 등교해서 1교시부터 4교시까지의 보충수업을 받고, 점심식사를 하고선 다시 저녁 10시까지의 야간자율학습.
방학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들에겐 놀 방(放)의 방학이 아닌 학기의 연장선상일 뿐입니다.
아이들도 힘들지만 선생님들도 참 힘든 현실이네요.
4주에 가까운 기간, 대다수의 선생님은 공강이 거의 없이 오전 4시간을 꽉꽉 채워서 수업을 해야합니다. 게다가 담임선생님들은 조회와 종례에, 교대로 돌아가며 자율학습 지도까지.. 정말 쉴 새가 없는 방학 생활입니다.

2학년 보충수업으로 한국근현대사와 세계사를 하고 있습니다
교재값도 만만치 않을텐데, 그래도 기특하게도 교재는 잘들 준비해주고 있더라구요. (부장선생님과 교재를 분실당한 아이들이, 수업 도중에 각 반을 돌아다니며 책상을 뒤적대는 걸 빼고는.) 3학년 때 배울 과목에 대한 방학 중 '선수학습'인 셈인데, 선수학습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듭니다. 방대한 양을 10여시간 동안에 떼칠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지네요. 일명 '진도'의 압박-.
세계사는 마땅한 교재가 없어서 요약 프린트물로 정리해가고 있는데, 한두시간 빠진 아이가 손을 흔들며 질문. "선생님 저희는 문제 안풀어요~?"
대답을 하면서, 이런 수업이 아이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드는 건 아닌가란 생각을 해 봅니다.

피곤한 때문인지 1/3은 졸거나 자기 일쑤입니다. 떠드는 아이들도 몇명 있기 마련인데, 그간의 아이들과의 친분(?) 때문인지 일일히 지적하면서 싫은 말 하기가 정말 쉽지 않네요. (워낙 싫은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그래도 대다수의 아이들은, 아직 보충 수업 초반이라선지 잘 따라와주어 이쁩니다 ^^

민망한 경우도 있었어요.
언젠가는 수업 도중에 휴대폰을 실수로 가져갔는데, 수업 때 울리는 바람에 어찌나 부끄럽던지. 휴대폰을 갖도 있으면 적발되기에 휴대폰 소리에 오히려 아이들이 더욱 더 예민하게 반응해서 아이들에게 더더욱 미안했었어요. 당황해서 휴대폰을 얼른 끄고 교탁 아래 둔게 또다른 화근이었습니다. 교실에 두고 온 걸 깜빡 잊고 집에 오는 길에 아차~! 아이들이 혹시 자율학습 중이라면 다시 찾아오기가 얼마나 챙피한 일일지... 얼른 학교에 갔더니, 다행히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휴대폰을 건네주더군요. 매점에서 맛난 걸 사주면서 입막음을 해 두었습니다
보충수업은 선택한 학생들이 모여 듣는 것이라 반별로 사람수도 다르고 분위기도 각양각색이예요. 아이들의 분위기에 따라 선생님의 수업 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한반은 참 적응하기 힘든 반이었는데, 진도를 빼야겠다는 마음과 잘 모르겠다는 아이들의 표정 사이에서 당황한 채 수업을 망치고 말았어요. 참 부끄러웠습니다 -_-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님의 블로그에서 종종 보충수업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충수업을 받아들이지만, 같은 점은 '보충수업'으로 대표되는,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학교의 모습일 겁니다.
획일적, 강압적으로 이뤄지는 보충수업에 대해선 저 또한 반대하지만, 보충수업마저 없으면 사교육으로 더 깊이 내몰릴 학생의 모습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무시못할 점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생간, 학교간 경쟁을 당연시하면서 아이들 등 뒤를 떠미는 현실을 어떻게든 벗어내는 것이 아닐까요.
방학을 방학답게 보낼 수 있을 날이 아이들에게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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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