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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1 파시즘적 분위기를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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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워'


# 1.
요즘 영화 '디-워'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가 그동안 영화계에서 소외되었기에
봐주자는 움직임과 더불어, 그간 심 감독을 소외시켜왔던 영화평론계열 및 주류 영화제작자들에 대한 비판이 일은 것 같다. 논란이 커지면서 비판은 비난과 욕설로 확대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디-워'는 우리 영화이고, 미국까지 진출하는 영화이니 꼭 봐야한다는 식의 여론이 형성된 것 같다. 심형래 감독이 그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영화를 만들어 왔다는 동정심(?)도 큰 작용을 했던 듯 하고.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무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이런 식으로 논란이 벌어지는 건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인 것 같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영화 '디-워'에 대해 비판하는 평론가나 영화계 인사에 대해서 집단적인 린치를 가하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아마도 영화 '디-워' 제작자측에서 일부러 논란을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이 논란은 너무 과열되어 있고 집단적 폭력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문화 평론가 진중권과 독립영화 제작자 이송희일 감독은 '디 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욕설과 비난을 들어야 했다.

영화에 대한 好惡(호오)는 개인의 취향이니 무어라 할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한 논란이 폭력화, 집단화되어 다른 의견 및 논의를 욕설과 비난으로 막는다면 그건 영화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집단의 이름으로 개개인의 생각을 압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2년전 겨울의 '황우석 사태'를 다시 생각나게 한다. 그 당시에도 황우석의 연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수많은 이들로부터 심적, 언어적인 집단 폭력을 당해야 했던 것을 보면.

한편, 영화가 과도한 국가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영화 끝날 때 나온다는 심형래의 메시지는 자신을 약자화 시켜 관객의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것이고, 미국까지 진출하겠다는 메시지와 아리랑은 애국주의를 불러오는 게 아닌가 싶다. 마치, '황우석 논란'때 황우석의 연구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식의 다수 여론이 비판 여론을 압도하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에 대한 논의은 철저히 그 내용 및 질에 대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디-워'를 둘러싼 논의는 그 외적인 부분을 둘러싸고 이뤄지고 있다. 이 논의가 점차 집단적 폭력화를 띠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이 우려된다.

# 2.
지난 달 중순,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던 20여명의 젊은이들이 탈레반에 의해 인질로 억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새 두 명의 한국인이 탈레반에 의해 죽음을 당했고, 보름이 넘은 지금까지 인질 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태의 원인을 두고, 우리나라의 파병이니 개신교의 공격적 전도이니 하며 논란이 있지만, 이는 뒤로 놔두고 일단 논의의 분위기만을 두고 본다면 분명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지금까지 벌어진 논란에서 다수는,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아프간으로 간 이들을 성토하고 있다. 아프간으로 간 이들이 개신교 신자라는 이유로 이 논란은 개신교계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간, 개신교의 공격적인 전교 방식에 대한 성토도 있었고. '차라리 인질들이 아프간에서 죽어라'라고 하는 극단적인 언사도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하여, 인질로 억류된 이들을 동정하는 시선이 싸그리 매도당하는 모습을 본다. 더구나, 이번 인질 사태의 또다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프간 파병에 대한 논의도 실종된 채, 합리적인 논의는 실종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인질로 잡힌 이들의 가족이, 억류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해외 사이트에 올린 UCC에는 한국인들이 비난의 댓글을 달기까지 했다.


위에서 말한 두 사례는 우리나라에 전체주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집단의 이름으로 다른 생각,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인신 공격하는 모습. 이러한 모습 속에서 합리적인 논의는 자리잡기 힘들다.

20세기 전반의 나치즘과 파시즘은, 전체주의적이고 극우적인 정권이 세계 경제 공황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던 이들을 추동함으로서 커졌다고 할 수 있다.
IMF 이후 급속히 진행된 신자유주의화 및 비정규직화, 양극화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본다. 우리네 이 팍팍한 삶이 자칫 전체주의적인 폭력화로 이어지진 않을지.
그러한 걱정은 나만의 杞憂(기우)일까?

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