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소 촛불시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03 5월의 마지막 날을 거리에서... (5.31 촛불시위의 일입니다)


1. 대학로에서 출발하다.

5월의 마지막 날을 거리에서 보냈어요.
이 날 하루, 대학로에서 시청, 그리고 다시 독립문과 광화문으로...
촛불을 들고서 열심히 외쳤습니다. 눈과 귀를 막은 이 정권, 정신 좀 차리라고...
촛불 시위 초반에는 '고시 철회 / 협상 무효'를 많이 외쳤는데, 어제 시위에는 '이명박 / 탄핵'이 많이 나오더군요-. 일방적인 정치행태를 보였던 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는 거리의 끝없는 행렬로 이어졌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모차를 끌고 앞서 가던 어머니들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왼쪽 풍선에는 "이명박이 싫어요", 오른쪽 유모차의 풍선에는 "아이들이 무슨죄냐 / 미친소 반대~"라고 적혀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청에서 서대문과 독립문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하는 기나 긴 시위대의 모습입니다. 아이와 함께 가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 보이네요. 시위의 배후는 바로 이런 시민들이 아닐까요?


걷던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버지의 목마를 탄 어린 아이가 '이명박은~'을 외치면, 그에 맞춰 수많은 시민들이 '물러가라~!'를 외쳤던 것입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젊은 어머니, 앳되어 보이기만 한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외치며 동질감을 느낄수 있었지요.


2. 전경들과 대치하다.

독립문을 지나 광화문에서 전경들과 대치했습니다. 청와대로 가는 효자동 길을 몇 겹으로 막은 전경 버스는 철옹성 같았습니다. 그 앞에서 한동안을 밀고 밀치며 대치했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복궁 옆 효자동 입구에서 전경과 대치했습니다. 중학생 정도의 앳된 학생도 많았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는 모습입니다.


대치 상황에서도 해학은 있었어요. 앳된 학생과 시민들이 앞으로 나가자고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노래를 부를 때엔 다같이 웃기도 했지요. 드러내놓고 웃지는 않았지만, 전경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너무 엉뚱한(?) 노래여선가요-. 이러한 모습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자유분방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치 상황에서 감정이 과도하게 격해질 때에는 시민들 스스로 이를 말리고 '비폭력~!'을 외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민주주의'의 성숙을 느낄 수 있었어요.


3. 물세례를 받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정 쯤이었을 겁니다. 효자동 입구에서 전경들과 대치하면서, 전경의 물대포 세례를 제대로 받았어요. 가슴 속에 불길이 일었습니다. 시민들에게 물을 쏘는 작태에도 화가 났지만, 내 자신의 무력함에 더욱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온 몸이 다젖고 몸은 추워죽겠는데, 물대포에 맞선 이 수많은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간간이 밀고 들어오는 전경들을 막아내는 것, 자칫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비폭력을 유지하는 것, 목청 높여 외치는 것. 그것밖에 없었거든요...
대치 상황을 잠시 빠져나올 때, 물세례로 젖은 몸을 불로 녹이며 서로에게 초콜릿을 권하는 모습에선 마음을 짠해지기도 했습니다.


4. 집으로 돌아오고...

하루종일 걷고 외치고 전경과 대치해서 몸은 거의 탈진상태였어요. 새벽녘에 집에 돌아온 후, 집에서 접한 방송에서의 상황은 정말 아비규환의 모습이었습니다. 계속적인 물세례로 지칠때쯤, 대테러 부대인 경찰 특공대를 투입하는-.
경찰 특공대를 투입하다니, 시민들이 테러리스트인가요~? 정당한 주장을 비폭력적으로 내세우는 시민들을 어떻게 이렇게 무참하게 끌어낼 수 있는 건지...

방송과 사진으로, 전경의 폭력으로 머리를 깨진 학생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대포로 인해 귀 고막이 찢어지고 실명 위기에 놓였다던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눈과 귀를 믿을 수 없었어요. 지금 우리가 2,30년 전 군사 독재 시절을 살고 있는 건가 하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는 현실이었어요.

마음은 거리로 뛰쳐나가고픈데,,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어제 너무 많은 기운을 써버린 탓인지.. 오늘은 말할 힘조차 없네요. 살수차의 물세례를 받은 이후, 머리는 지끈지끈한게 미열도 느껴집니다.
오늘 주일 미사를 참례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다치고 연행된 시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제가 지금 할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 함께 하며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國民이지 이명박 당신의 臣民이 아닙니다.
이 정권이 제발 좀 정신을 차리길.
무고한 시민에게 폭력을 쓰거나 연행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