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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08 경주를 다녀오다 (두번째날 - 마지막 이야기)


석굴암에서 내려온 후 가야할 곳은 문무왕과 관련있는 유적인 감은사지와 대왕암(문무왕릉)입니다.
버스를 두어 번 타고 보문단지와 보문호를 지나칩니다. 창 밖 호수의 경치에 눈을 떼지 못하건만, 버스는 구불구불한 찻길을 벗어나 그저 무심히 달려갑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몸과 마음의 지침과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면 안된다는 긴장감이 교차할즈음 감은사지 앞에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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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은사지 쌍탑. 서탑은 보수공사 중입니다.


통일의 위업을 닦았던 문무왕, 그는 죽으면서 '내가 해룡이 되어 왜구를 막을터이니 바다에 장사지내라'라는 유언을 남겼어요. 이에 감포 앞바다의 바위(대왕암)에 장사를 지내고 이를 기리는 원찰을 세우니, 그곳이 바로 감은사지입니다. 감은사 금당 아래에는 용이 드나들만한 구멍을 내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실제로 감은사지 아래에는 그런 공간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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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은사지 금당 자리 아래, 용이 드나들었을 공간이 있었습니다.


절에서 가장 빠질 수 없는 것은 탑이겠지요. 대개  절집은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대웅전 등) 앞에 하나의 탑을 두곤 합니다. 하지만 불국사에서 보듯, 두개의 탑이 세워져 있음은 그 사찰의 위치가 상당했음을 의미하지 않나란 추측을 해봅니다.

감은사지 탑은 신라 탑 모습의 변화를 알려주는 상징적인 유물이예요. 앞서 보았던 분황사 탑 - 석가탑 사이의 시기에 만들어진 과도기적 시기의 탑이랄까요. 중국으로부터의 전탑을 모방한 분황사탑은 차츰 신라만의 양식을 갖추게 되면서 규모도 차츰 작아지고 온전한 석탑으로서의 모습을 띄게 되며, 균형미를 갖추게 됩니다. 석가탑은 바로 그러한 완성미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요. 감은사지 탑은 (경주 박물관에서 보았던) 고선사지 탑과 더불어 분황사 탑과 석가탑의 중간 시기에 위치한 것이죠.
그 규모로 볼 때 석가탑이 아기자기한 날씬 몸매의 미인이라면, 고선사지 탑과 감은사지 탑은 풍만한 몸매의 미인이랄까요. (저는 탤런트 전지현과 개그우먼 김미려 정도로 대비를 시켜놓고 싶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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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은사지 탑 앞에서. 강한 햇볕에 얼굴이 찌뿌려집니다.


탑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아봅니다. 워낙 큰 탑이어서 사진에 함께 다 담기가 어렵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어선가요? 우뚝 서 있는 동탑과 서탑이 더욱 위압적으로 느껴집니다..
보수공사 중이라 서탑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어요.

이철수 선생님의 작품 중에 감은사지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 있더군요.
좋아하는 작가에, 좋아하는 그림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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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수 선생님의 '감은사지'

 멀지 않은 곳에 문무왕릉이 있는 감포 앞바다가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 5분도 안될 거리이지만, 막상 걸어가려니 10여분, 적잖은 시간이 걸리네요. 아마 많은 곳을 오다니다 보니 몸도 많이 지친 듯 합니다.
하지만, 막상 바닷가가 눈 앞에 보이니 피곤함도 다 사라질 것만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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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대왕릉 앞바다 전경

이 곳이 바로 경주로 여행을 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했어요. 답사만이 아닌, 탁트인 바다를 한번 보고 싶다는 것... 모래를 밟고 파도를 피해다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모처럼 보는 바다였기 때문인지 꽤 오랜 시간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 대학시절, 답사를 왔을 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났어요. 모래 사장 위에서 닭싸움과 기마전을 신나게 하던 기억. 바다에 여자 후배를 빠트렸다가 휴대폰까지 적시는 바람에 변상해줘야했던 씁쓸한 기억까지... 그래도 즐겁기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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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왕암을 배경으로.. 피곤함이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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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네요. 경주역까지 가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헌데 버스는 오지를 않네요.
자가용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차를 몰고 와보리.. 란 다짐을 해 보면서.


에필로그... )

1. 돌아오는 길, 경주역에서 빵을 하나 샀어요. 바로 경주의 특산물 '황남빵'
팥으로 된 앙꼬가 속에 들어있는데, 정말 달달하면서도 맛이 있어서 경주에 올 때마다 꼭 찾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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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황남빵. 맛있어요 ^^


2. 불만스러운 점...

터무니없는 바가지에 화가 나곤 했어요. 제주도에 이은 제1의 관광도시라지만 이 곳 사람들은 관광객을 돈으로만 보는 것인지.
식당과 숙박 시설 앞의 호객 행위는 눈을 찌뿌리게 했고요. 버스 기사의 불친절함에 기분이 안좋아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만원 이상 비싼 하루 숙박비, 기본이 7천원인 식사비와 두배 가까이 비싼 듯한 음료, 과자, 맥주값에 가슴이 어찌나 쓰려오던지... 다음에 경주에 갈 때엔 충분히 감안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