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랫만에 남겨보네요.
그간 보충수업의 압박에다가 귀찮이즘까지 걸려서 한동안 글을 남기질 못했었어요.
염증이 커질 때면 가만히 두게되면 저절로 사그라든다고 하지요.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내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임과 동시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들 '기간제 교사'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1년에 한번 있는 시험에 목을 매달아야만 한다는 당위와, '생존'과 '경험'의 수단으로서의 기간제 교사란 현실..
매해 이맘때이면 이 두가지의 길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곤 합니다

여러 곳에 원서를 써 넣었는데, 운좋게도 한 사립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어요.
면접은 개인신상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개인의 신상에 대한 질문은 당연하겠지만, 질문이 부모님의 직장과 업종에까지 세세하게 이르르자 약간은 불쾌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헌데 문제는 거기에서 끝난게 아니었어요

갑자기 던져진 질문은, '계기 수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였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전교조에서 시행하는 계기 수업을 의미하는 것이더군요. 더 나아가 '전교조 교사가 학생들을 물들이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교원단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식으로 면접관의 질문은 슬슬 조여오기 시작했습니다. 전교조에 반대하는 사학 집행부의 입장에서 면접자를 심문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예봉을 피하려 했지만 질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근현대사 교과서 중에 편향된 교과서가 학생들을 물들이려 한다.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는가', '역사 과목이 자칫 편향성을 지닐 것 같은데 어떻게 가르쳐야한다고 보나', '교사가 노동자라고 보나', '전교조 교사가 자신을 포섭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벗어나겠는가', '전교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언제쯤 가입할 것 같나' 등의 질문이었습니다. 계속적으로 질문을 던짐으로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전교조의 여지를 밟아버리려는 것 같았습니다. 1년 계약직 교사 면접임에도 불구하고.. 면접자인 저는 그 검증 대상이 된 셈이구요.

나오면서 기분이 참 씁쓸했습니다. 내가 가진 생각과 신념 같은 것들이 면접의 자리에서 꺾이고 감추어진 것만 같아서였습니다. 마치 양심을 팔고 나온 기분이랄까요.

몇 학교에 머무르며 바라본 전교조 선생님들은 적어도 좀 더 나은 교육현장을 만들기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재단 또는 학교 상층부 일방적으로 전횡되어온 학교 행정을 변화시키기 위한 견제세력으로서 '전교조'는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한 '역사'란 과목은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시키는 게 아닌, 다양한 시각을 아울러 배우는 것이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면접자리에서 특정 교과서와 특정 교사를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지목하는 면접관과 그에 꺾이어진 내 자신의 모습에, 마음은 무지 불쾌하고 씁쓸했습니다. 전교조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가진 신념과 생각이 그 자리에서 여지없이 짓밟혔단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노조(전교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그날 한 답변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날의 답변이 내 자신을 계속 옭아맬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 이러한 면접 때문인지 그 학교의 기간제 교사 최종 전형도 통과를 했습니다만 어제 그만두겠다는 연락을 했습니다. 시험과 1년 기한의 기간제 교사를 병행할 자신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면접 때 느낀 그 학교의 분위기가 거부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대간지 10년.  (0) 2008.09.29
저 아직 살아있답니다 ^^  (0) 2007.04.30
보충수업을 하면서...  (0) 2007.01.07
시간을 되돌려 떠올려본다.  (0) 2006.10.12
군복이여 안녕-  (0) 2006.09.19
Posted by 밝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