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소 촛불시위

지난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촛불 시위에 나섰습니다
토요일에는 문화제만 함께 하고 왔는데, 거리 시위를 할때 경찰의 폭력적으로 연행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일요일에도 안나올 수 없더군요.
일요일 9시의 청계천 입구... 문화제는 끝나보이는 듯 했습니다.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여럿 남아있었지요. 촛불은 이미 다 타버린 듯, 빈손에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몇몇이 보였어요. 촛불은 없었지만, 행동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누군가 외칩니다.
"고시 철회 / 협상 무효"
수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가 되어 함께 외쳤습니다. 한쪽에서 "고시 철회"를 외치면 다른 한편에서 "협상 무효를" 외치는 식으로...
촛불이 다 떨어져 주먹을 쥐고 팔을 허공에 뻗어 구호를 외칩니다
잠잠해지던 구호가 나의 목소리로부터 다시 퍼져갈 때에는 왠지 뿌듯해짐을 느낍니다

청계천에서 시청쪽으로 내려갔어요. 경찰들이 서울시의회 앞 대로를 막고 있습니다.
바로 옆 샛길로 잽싸게 돌아 경찰의 저지선을 에둘러싸서 무력화 시키는 방법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시청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시청을 돌아 남대문 시장 입구로 나아갑니다. 거기에서 또다른 이들과 합류했던 듯 합니다.
"와~~~" 하는 함성 소리에 마구 뛰어갑니다. 남대문에서 을지로에 이르는 거리 한쪽 차로에 차가 없습니다. 거리 위를 시위대가 장악했습니다.
언론사 카메라들은 우리들을 찍기에 바쁩니다. 어쩌면 이것이 하나의 역사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카메라에 찍히면 혹시 나중에 어떤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듭니다.

누군가가 외칩니다~ "쥐새끼 탄핵~!" "탄핵~!!!"
자그마한 목소리가 전해지고 전해져 큰 소리로 물결을 이루어냅니다.
미친소 수입 문제가 번지고 번져 대통령에 대한 탄핵까지 외치게 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반대하거나 저지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공감한다는 뜻입니다
집권 3개월,, 무엇이 이렇게 수많은 이들을 나오게 하고 동조하게 하는 것인지.
그걸 어떤 불순 세력의 음모인양 몰아붙이는 정권과 일부 언론의 작태가 답답합니다.

어제 뉴스에서 문득 본 내용입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쥐새끼'란 말이 금칙어로 지정되었다는 기사입니다
대통령도 자기가 쥐새끼인 걸 아는 모양이죠~?
그렇게 포털사이트를 압박해서 금칙어로 지정한다고 사람들이 못쓸줄 아는 모양이죠?
과거, 언론에 대한 독재 정권의 압박과 현 정권의 포털, 방송에 대한 압박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다시 20여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인가요...

남대문에서 을지로에 이르는 한쪽 방향 차선은 열려 있었습니다.
"고시 철회" "탄핵" 등을 외치며 걸어가는 시위대에 옆 차선의 차들이 경적을 울려줍니다
"빵~ 빵~"
문득 감동의 물결이 밀려옵니다. 공감의 의미입니다.
명동 입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박수를 치며 소리 높여 외칩니다.
"함께 해요. 함께 해요~" 명동과 을지로의 시민들도 함께 하자는 의미입니다..
참여하지는 않지만 박수로 응대하는 시민들을 보니 뿌듯해졌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6월 항쟁 영상이 떠오릅니다. 6시를 기해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시민들이 손수건을 들어 동조하는 모습... 지금, 다시 6월 항쟁이 시작된 것만 같습니다.

을지로에서 청계로로 가는 길, 양쪽 방향 차선을 막고 경찰들이 도열해 서있습니다
경찰들이 도열을 정비하기 전, 갑자기 내달립니다. 경찰들이 도열하기 전에 경찰을 넘어서려는 것이죠. 그렇게 경찰 저지선을 무력화시키고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텅빈 차도를 "와~" 하면서 앞장서 뛰어가니 마구 벅차오릅니다. 이게 해방의 느낌일까요..

청계천 변 신한은행을 지나 종로 방향으로 가는 길을 전경들이 막습니다
누군가 외칩니다. "우회합시다~!"
전경들이 막고 있는 길 옆 샛길로 해서 우회해 가려고 했습니다.
전경들의 저지선 뒤로 이어진 샛길에서 저는 빠져나와 뒤따라 나오던 이들을 얼른 나오라고 독려해주었습니다. 헌데 전경들이 우~ 갑자기 달려듭니다
방패로 사람들을 찍고 밀어붙이고는,, 잡아갑니다.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황했습니다. 경찰의 폭력을 당한 이들 중에는 여학생들도 있는데..
저는 먼저 뛰어가는 사람들에게 외쳤습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샛길에 남은 사람은 몇십여명 정도입니다. 어느 새 전경들은 저희 있는 쪽을 에둘러 싸고 좁혀오고 있습니다. 피하고 싶었지만, 함께 온 후배가 전경들 사이에 억류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전경의 대장인 듯한 사람이 제게 말합니다 "저기로 들어가죠"
"그래요~ 잡아가려는 거죠~? 잡아갈테면 잡아가라고요"
체념이 섞인 채로 말은 이렇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납니다. 만일 연행된다면... 어떡하나...
한편에서는 전경들에게 울먹이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고, 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찰의 폭력으로 자신과 같이 왔던 이들이 잡혀갔는데 어떻게 울분이 나지 않겠어요...
화가 나서 외쳤습니다. "폭력 경찰 물러가라~" 저의 외침에 모두들 함께 외칩니다.
하지만,, 하도 구호를 외쳐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빠집니다.
전경들 뒤, 한편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남겨진 우리들을 열심히 찍고 있습니다
정말 화가 났습니다.. 욕이 나올 수 밖에 없더군요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야~ 이 개**~ 찍을테면 찍어봐라.. 이 개**~"
평소 욕이란 걸 잘하지 않는 저를 도발한 건 저 경찰들이었고, 이 정권이었습니다
제 욕에 움찔했는지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네요. 하지만, 겁이 조금 납니다. 사진을 채증해서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닐지.. ** 시험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다행히 저와 후배를 비롯한 이들은 억류에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경의 폭력으로 붙잡힌 이들은 연행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시위를 계속 하는 것보다, 경찰의 폭력을 당하고 연행된 이들 걱정에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발을 동동 구릅니다.
답답해서,, 저는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겁니다. 연행 소식을 제보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렇게 촛불 시위를 끝낸게 11시쯤... 후배와 집으로 향했지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눈앞에서 연행되어 간 이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예요.
더욱이 샛길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뒤따라오던 사람들을 제가 빨리 나오라고 하는 바람에 연행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책감마저 듭니다.

집에서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저는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신촌에서도 시위대에 폭력을 가하고 연행해갔다는 소식에.. 이 정권, 정말 제 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함께 촛불을 듭시다.

Posted by 밝은 구름 :